2025년 3월 9일

<작문은 어려워…>
지인이 공모전 포스터를
카톡으로 보내왔길래,
한번 내 볼까 싶어 새벽에 일어나
작가노트를 썼어요.
작품 보여주는 것보다
작가노트 내보이는 게 더 부끄러운 건,
아마 나만의 몫을 아닐 테고,
이 나이에 뭐, 또, 좀 부끄러우면 어때?
싶기도 하고,
나는 오늘 보다 내일 더 발전할 테니,
미숙한 나의 오늘을 여기에 박제해 봅니다.

<작가노트>
살면서 불안을 느낄 때면 마치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얼굴 위로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눈, 코, 입, 귀 – 어디로 들어갈지 알 수 없는 그 작은 존재를 쉽게 떨쳐낼 수도 없는 상황.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가 내겐 간지러움과 초조함, 그리고 숨조차 크게 쉴 수 없는 고통이 되었다.

대학 시절, 나는 이 감정을 작은 스케치로 남겼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후, 친정집 창고에서 그 스케치를 다시 발견했다. 어느새 익숙해져 잊고 지내왔던 그 개미는 여전히 내 얼굴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번엔 내쳐버리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받아들이고, ‘긍정’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개미가 얼굴을 기어다니는 자화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은 현실감을 걷어낸, 단순하고 위트이는 형태로 표현되었다. 처음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수천 장의 디지털 이미지로 자화상을 만들었고, 이 디지털 자화상을 실물 작품으로 구현하는 “Mama Cathy”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자화상 속의 나는 얼굴이 아니라, 개미였다는 것을.
나는 개미를 불안의 상징이라 여겼지만, 사실 불안은 곧 나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개미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길을 잃고 누군가의 얼굴 위를 기어 다니는 신세지만, 언젠가는 ‘달’로 날아가고 싶은 꿈을 꾸는 개미.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이상향과도 같은 달을 바라보며, 개미는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오래전, 나는 나비였을지도 모른다고. 지금은 날개를 잃고 떠돌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화려한 날개를 달고 달을 향해 날아오를 것이라고.

이러한 개미의 꿈을 담아, 나는 ‘달로 가자’ 시리즈를 시작했다.

달을 향한 개미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좌절을 반복하며, 마치 ‘꿈의 무덤’을 쌓아가는 듯한 과정. 이를 표현하기 위해 나는 나무판을 깎아 골을 내고, 그 위에 크레용을 덮었다. 개미는 그 꿈의 무덤을 밟고, 또 밟으며, 오르고 올라, 마침내 지상의 끝에 다다라 달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달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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